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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나 연성

아이나나 스포츠 합작 이오리쿠(농구) 본문

카테고리 없음

아이나나 스포츠 합작 이오리쿠(농구)

헤카(하운) 2017. 10. 21. 22:45
아이나나 스포츠 합작 이오리쿠(농구) 소설로 참여했습니다!

https://kimdotkim.wixsite.com/sportsdolish7

SPORTSDOL iSH7

[이오리쿠] 편지   / 헤카 (@rlagmlwjd0208)



사람은 인생에서 딱 한 번, 찬란한 빛을 본다. 너무 밝고 신성해서 감히 다가갈 수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는 빛. 그 빛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기도 하고 영혼을 뺏길 정도로 애정을 갈구하기도 한다.

그런 빛은, 반드시.

당신의 곁에 찾아온다.

 

***

 

"이즈미, 패스!"

 

"네!"

 

농구공의 표면과 네트, 운동화가 마찰 되는 소리, 농구부 부원들의 거칠어진 숨소리, 살며시 코를 스쳐가는 땀내음. 이것이 모두 합해져 비로소 고등학교의 청춘-. 이라는 것이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누구들에게는 그것 만으로도 난 그 시절이 내 인생에 있어서 청춘이었어. 말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즈미 이오리한테는 그것마저 부족했다.

학교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착실히 학업에 집중하였다. 학원이나 과외 같은 건 일절 하지 않는 이오리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정말 성실하게 복습하고 예습하였다. 그렇게 하고 난 뒤, 시험을 보았더니 예상한 것보다 상상 이외로 높은 점수가 나와서 자신이 제일 깜짝 놀랐었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형을 따라서 오디션을 보았더니 난데없이 타카나시 사무소의 연습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형은 떨어지고 나만 붙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연습생이 되는 대신 형에게는 비밀로 하고 형도 같이 붙게 해 달라고 설득을 해서 형이 붙게 되었지만, 혹시 나중에 이 사실을 형이 알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어서 한동안 골머리를 썩혀야 했다. 아이돌 이라는 일과 학업과 병행하는 것은 역시 좀 빠듯했지만 그래도 지쳐서 못할 만큼은 아니기에 꽤 끈기 있게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같은 반인 요츠바상과 타카나시 사무소 오디션에 합격한 오오사카 상이 MEZZO'로 먼저 데뷔하게 되면서 나와 형을 비롯한 나머지 연습생들은 데뷔하지 못 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서렸다. 결국 아이돌리쉬 세븐이라는 그룹 명으로 7명 전원 데뷔를 하게 되었고 전철 역 앞에서 공연을 하거나 매니저의 실수로 큰 공연장에서 소수의 관중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된 해프닝도 있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아이돌리쉬 세븐은 알에서 껍질을 깨고 살며시 고개를 바깥으로 내밀어본 작은 새끼 새에 불과했다.

내가 반드시, 그 작은 새를 전 세계 사람들이 단숨에 눈길을 빼앗길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매력적인 공작으로 만들어 보이겠다는 일념은 아마, 그 사람을 눈으로, 귀로 보게 된 후부터였다.

 

***

 

"콜, 콜록..!"

 

..또 그 사람의 소리다. 요즘 세간에서 뜨고 있는 아이돌리쉬 세븐의 센터 나나세 상. 붉은 머리색을 가지고 있는 그는 성격도 무척 상냥하고 순수해서 보면 볼수록 새빨갛고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 거리는 과즙이 듬뿍 나오는 사과가 생각나기도 한다. 오디션 때 처음 만나게 된 나나세 상은 옆에서 보는 사람마저 긴장 시키게 만들고 나서는 자기 차례가 되어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고 마이크를 그러 쥐어 입을 여는 그 순간. 난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저건 천상의 목소리다.

 

선택한 노래에 걸 맞는 밝고 순수한 표정, 소름 끼칠 정도로 자연스레 올라가는 고음, 살짝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담백하게 마무리한 댄스. 이 사람은 분명히 합격하겠다고 스스로 생각할 만큼 나나세 리쿠라는 사람은 아직 빛나지 않은 보석이라고 아마 이 오디션 장에 있는 참가자 상당수가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와, 진짜 노래 잘 부른다..”

“왠지 숨은 헐떡 거리는 것 같지만 춤도 굉장하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적거릴뻔한 의견들이 속속히 주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대단한 가창력을 뽐낸 장본인은 얼굴이 붉그스레 해진 채로 연달아 감사합니다 라고 심사 위원들에게 해맑게 인사하기 바빴다. 이어서 다른 참가자의 순서가 다가오고 사과 같은 붉은 머리를 가진 나나세 리쿠는 오디션 장 문을 열고 그의 붉은 머리카락이 문 틈 사이로 조명에 반짝여지는 모습을 뒤로 하고 오디션 장을 나갔다.

 

‘형은 안타깝게 되었지만, 우리 타카나시 프로덕션에서는 이즈미 이오리 군. 자네를 원하고 있네.’

 

형의 꿈이 아이돌이기에, 같이 오디션 본 것 뿐인데 아이돌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형이 떨어지고 아무 생각도 없이 형을 따라간 자신이 오디션에 붙어버리는 건 말도 안되는 결과다. 형을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아이돌이 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이 타카나시 프로덕션의 연습생이 되겠습니다. 그 대신, 제 형도 같이 합격시켜주세요. 반드시, 절대로.’

 

형은 이런 식으로 웃고 밝게 얘기하는 것이 더 나았다. 이렇게 행하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더 이상 화장실에서 몰래 우는 형의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형은 꼭 합격할거에요. 속으로 쓰게 웃으면서 형에게 웃음을 보이는 자신에게 괴리감이 느껴졌다.

 

***

 

“이오리.”

“네.”

 

“…너가 이제 내 자리를 맡을 때가 온 것 같다.”

“…”

 

코트 위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농구공들이 체육관 창문에 슬그머니 들어온 석양 빛에 반짝여진다. 모두의 땀이 묻은 채로 바닥을 구르고 공중에 떠다니며 골대 안에 데구르르 굴러다니던 빛바래고 거칠거칠한 표면이 부드러워진 농구공. 주장은 그런 농구공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집어서 카트에 집어넣으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3학년들이 은퇴하면, 믿을 수 있는 건 이오리. 너 밖에 없어서 말이야.”

 

텅. 텅-. 녹 슨 카트에 낡은 농구공들이 쌓여져 가고 곧이어 갈색 빛의 윤이 나고 거칠거칠한 새로운 농구공들이 코트에 굴러다닌다.

 

“부탁한다 이오리.”

 

***

 

“오늘부터 주장이 된 이즈미 이오리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농구복을 입은 건장한 남학생들과 이젠 농구복을 입을 수 없는 3학년 선배들의 박수가 체육관에 울려퍼졌다. 교복을 입고 있는 선배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모두를 통솔하여 이끌어가는 건 내 특기가 아니었지만 그렇게 또 하나의 내 책임이 늘어갔다. 왠지 모르게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은 어깨를 자기 스스로 느꼈다.

 

“우리의 목표는 인터하이 결승 진출인가요?”

 

이 농구부에 들어와서 누구보다도 제일 열심히 노력하였던 후배를 보며 흡 하고 체육관의 뜨거운 열기를 가득 담은 숨을 들이쉬며 난 말을 이었다.

 

“아니요, 우리의 목표는 인터하이 우승입니다.”

 

***

 

‘꺄아-! 이즈미 군 멋있어-!’

‘이즈미 군-! 여기 좀 봐줘!’

‘꺄악! 이즈미 군의 골 들어갔다!’

 

어, 엄청난 인기네-. 리쿠는 학교 일과가 다 끝난 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와 하교 하던 도중 체육관 근처에서 들리는 함성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타카나시 사무소의 연습생으로 처음 만난 이오리는 무척이나 차가운 인상이었다. 관찰력이 없는 사람이라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말라고 매정한 얼굴로 귀염성 없게 지적하는 대하기 어려운 사람. 아직 본격적으로 데뷔하지 않았는데도 수려한 외모와 쿨한 성격, 뛰어난 성적 때문인지 학교에서는 이미 이오리는 톱 아이돌이다.

 

체육관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아직 이오리하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인사해봤자 무시하는 거 아닐까? 그 이전에 수많은 여자애들 사이에서 내가 이오리를 자세히 볼 수나 있을까? 몇 번을 속으로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국 체육관 쪽으로 발을 돌리고 말았다. 그저 아무 생각도 없이 이오리의 또 다른 모습이 궁금했다.

 

‘텅-텅-! 끼익-.’

 

“마지막 하나로 끝내자-!”

“알았습니다!”

 

코를 스치어나가는 눅눅한 땀내음과 우리 학교 농구부라는 표시가 나는 농구부만의 트레이닝 복을 입고 코트 위에서 경쟁을 벌이는 10명의 남학생들. 그들 중에 큰 목소리로 이것 저것 지시하고 조언하며 모두를 다독여주어 제일 돋보이는 건-. 역시 이오리였다.

 

굵은 땀을 흘려가며 거친 호흡을 가진 채 어두운 주황빛의 농구공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튕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정적인 드리블, 제 앞을 막아서는 상대방을 견제하며 흘리듯이 팔을 위로 올려 오버 핸드 패스. 농구를 잘 모르는 자신이었지만 이오리가 농구를 잘한다는 사실은 이미 정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성의 짙은 향수에도 기침이 나오고 마니까 더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내 눈에는 이미 충분히 이오리가 보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오리만 보였다. 숙소나 아이돌 연습을 할 때와는 다른 모습은 처음 보았기에 새로웠던 탓일까-. 남색이 감도는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코트 위를 활보하는 이오리를 보았을 때 딱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아서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날 후부터 나는 하교 할 때 숙소에 가기 전에 매일 체육관에 들렸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오리의 색다른 면을 매일 보고싶었다. 아이돌 멤버일 때의 이오리와 농구부 주장일 때의 이오리는 정말 달랐다. 아이돌 멤버, 동료로서의 이오리는 한없이 엄격하고 지적질 에다가 귀염성 없는 녀석인데 농구부 주장으로서의 이오리는 다정하고 격려와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고 말 그대로 주장 같은 모습만 보이는 선배라는 느낌이었다.

 

이오리의 특기는 3점 슛. 3점 라인보다는 좀 더 먼 센터 서클에서 시간 차 공격을 두어 상대방이 방심할 때 스크린을 써 공중에서 3점 슛을 하는 이오리만의 엄청난 기술이다. 내가 매일 체육관을 들락날락 하게 된 이유도 이오리의 그 기술을 본 순간부터 였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릴 만큼 이오리는 농구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오리의 3점 슛이 실패했다. 농구부 부원들도 관객도 어쩌다가 실수할 수 있다며 더욱 열심히 이오리를 응원하고 격려하였지만 그 이후로 이오리의 3점 슛이 성공하는 일이 없었다.

 

경기가 끝나 관객이 모두 다 떠나고 농구부 부원들도 하나 둘 짐을 챙겨 체육관을 나갔다. 코트 위에 남은 건 이오리 뿐이었다. 어째서인지 이오리는 묵묵히 농구공을 하나하나 타올로 닦고 정돈하며 침착하였다.

 

어째서 이오리는 그렇게 담담한거야? 의문이 들었던 순간. 몸을 잘게 떨며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손으로 꽉 그러 쥔 타올을 얼굴에 덮은 채 농구공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고 있는 이오리가 보였다. 보는 사람도 절로 눈물이 나올 마냥 소리 없이 끅끅 우는 그의 모습이 빛났고 아름다웠다.

 

나는 내 뺨을 적시는 미적지근한 액체에 대해서 정의하지 않기로 정했다.

 

***

 

[멋진 태양에게]

 

“아…막상 편지를 쓰려면 좀 그렇네.”

 

벌써 몇 번째로 첫 마디를 다시 쓰는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이오리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결국 생각한 것이 편지를 써서 몰래 신발장 안에 두는 그런 사소한 것이어서 바로 실행에 옮겼지만 왠지 내가 순정 만화의 여자 주인공이 된 기분에다가 또 오글거리기 까지 해서 조금 쓰고 지우고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으으, 이오리는 이런 편지 많이 받아봤겠지..?”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올 만큼 작은 옅은 붉은색의 편지에 짤막한 응원 메시지를 담아 교복 바지 주머니 안에 살며시 넣는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학교로 등교한 나는 체육관에 살며시 들어가 열려져 있는 농구부 부실의 늘어서 있는 락커 앞에 섰다. 이리저리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이즈미 이오리 라고 네모난 이름표가 붙여져 있는 락커를 슬쩍 열어보았더니, 정말 이오리 다운 깔끔함이 느껴지는 락커 내부에 살짝 풋 웃어버렸다.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어 말끔하게 개어져 있는 농구복 위에 두고 락커 문을 소리 안 나게 닫았다. 그 전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과 발걸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체육관을 나섰다.

 

‘이즈미 군의 멋진 농구, 언제나 잘 보고 있어요. 응원할게요!’

 

오늘도 들어있다. 2주 전 즈음 부터 옅은 붉은색의 작은 편지가 매일 내 락커 안에 얌전히 놓여져있었다. 제 농구를 보고 있다고, 자신의 농구를 보면 힘이 난다고 연신 응원하는 편지의 내용을 보면 괜스레 귀가 달아오른다. 아이돌 일도 있는데 농구부 활동도 열심히 하는 나의 모습이 멋지다니, 이 사람은 부끄러움도 없는 것인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생각을 털어버리고 얼른 농구복으로 갈아입어 부활동을 할 준비를 하였다. 반듯하게 개어진 교복 위에 살며시 얹어 락커 문을 닫았다. 작게 심호흡을 하고 부실 문을 열어 반들 반들 빛나는 체육관의 바닥에 발을 딛었다.

 

“연습 시작합시다-!”

“오-!”

 

***

 

“리쿠, 리쿠! 학교 가야지!”

“으음, 소고 상…5분만..”

“나나세 상은 아직 안 일어나셨습니까?”

 

지금이 몇 시지-?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떠 시간을 확인하였다. 7시 30분..?

 

“7시 30분-?!”

 

리쿠는 벌떡 몸을 일으켜 허둥지둥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준비하느라 요란하게 쿵쿵 대는 발소리가 바닥을 진동시켰다. 타마키가 눈살을 찌푸리며 릿쿵- 시끄러워 라면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이오리는 한숨을 폭 내쉬며 미츠키에게 도시락을 전달 받고 있었다.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온 리쿠는 성급하게 준비한 탓인지 삐뚤어진 넥타이에 바지 밖으로 와이셔츠 자락이 빠져나온 모습이였다.

 

“요즘따라 나나세 상이 일찍 등교한다 싶더라니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앗, 아침은 됬어! 다녀올..”

 

‘앗차, 편지-!’

 

리쿠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더니 다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나오더니 교복 바지에 무언가를 쑤셔넣어놓고 황급히 현관문을 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쾅-. 하고 현관문이 닫히고 이오리가 물끄러미 리쿠가 서있었던 현관을 바라보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자신도 나갈 준비를 하였다.

 

“형, 다녀올게요.”

“응, 잘 다녀와 이오리.”

 

정말 나나세 상은 차분성이 없네요. 이오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히 신발을 꺼내어 오른쪽부터 신고 있는 도중 왠지 눈에 익숙한 옅은 붉은색의 편지를 발견했다. 신발을 신다 말고 천천히 허리를 숙여 편지를 주워서 읽어보니-.

 

‘이제 글씨 만으로 이즈미 군의 대단함을 칭찬하기에는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오늘 부활동이 끝나고 체육관 뒤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기다릴게요!’

 

항상 차분하고 담담했던 이오리의 눈이 놀라움과 황당을 표현하기 위해 커질 대로 커졌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쥐어 제 교복 바지 주머니에 넣고 마저 신발을 신어 밖으로 나온 이오리는 현관문이 닫히자 마자 서늘한 벽에 이마를 대고 기대어 붉어진 얼굴을 식혔다. 두근두근. 점점 더 커지는 가슴의 고동이 멈춰지지 않았다.

 

리쿠가 자신이 편지를 안 가져옴을 알아채고, 편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된 이오리가 체육관 뒤에서 만나게 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